단양은 순박한 여인을 닮았다. 단양팔경의 아름다운 자태를 살포시 숨겨두고  수줍은 듯 속내를 보여주고 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유리전망대에 서면 세상을 다 가질 정도로 찌릿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괴산 산막이옛길은 벼랑을 따라가는 옛길로 그 옛날 사은리 사람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길이다. 대전의 계족산 황톳길은 국내 최고의 황토 발마사지 길로 클래식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세상을 품 안에, 만천하스카이워크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강이며 어디가 하늘일까? 세상을 품에 안고 싶다면 단양 만천하스카이워크에 올라라. 승용차로 까마득한 산길을 올라가는 수고는 하지 않아도 된다. 무료 셔틀버스에 올라타고 갈대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면 어느덧 산꼭대기에 닿게 된다.

 

 

지그재그 데크길을 따라 크게 휘감아 돌면 전기밥솥 모양의 구조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제부터는 360도 크게 휘감아 도는 회전 경사로다. 오를수록 풍경은 넓어지고 마음이 열린다. 드디어 전망대 정상, 서있기만 해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이라이트는 남한강과 소백산을 향해 툭 튀어나온 유리전망대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데 바닥이 강화유리여서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바들바들 몸을 떨면서 난간 가장자리를 붙잡으며 조심히 몸을 움직이는 관광객도 보인다.

강화유리 한가운데에서 점프하며 셀카를 찍는 젊은이의 호기가 놀랍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치는 그야말로 100만 불. ‘S’자로 휘감아 도는 남한강과 성냥갑 같은 집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단양 읍내가 발아래 놓여있다.

 

 

이곳은 만학천봉 정상으로 만개의 골짜기와 천 개의 봉우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신비한 곳이기에 예로부터 소원을 비는 기도처란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하산해도 좋지만 스릴을 좋아한다면 짚와이어에 몸을 싣고 하늘을 가로질러 하강해도 좋다.

만천하스카이 워크에 왔다면 근처 단양잔도도 놓치면 아깝다. 주차장에서 상진철교까지 벼랑에 위태로운 잔도가 놓여 있다. 나무 테크길은 수면 위에서 20m, 벼랑에 바짝 붙어있는데 마치 중국 장가계의 잔도를 연상케 한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철조망 다리도 보이고, 유리길도 있어 스릴 넘친다.

 

 

정도전의 재치 도담삼봉과 석문

도담삼봉은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과 기암괴석이 만든 비경이다. 꿈틀거리는 소백의 연봉과 남한강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남편인 장군봉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첩봉이 임신한 채 교태를 부리며 장군봉을 바라보고 있고 왼쪽에는 아내봉이 남편을 원망한 채 화가 나 등을 돌리고 있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이 바위를 보고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고 부를 정도로 애착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정도전의 유년시절의 재치를 엿볼 수 있다. 강원도 정선의 삼봉산이 홍수 때 하류로 떠 내려와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자 단양 사람들이 정선 관아에 세금을 내야 했다고 한다. 어린 정도전이 이를 두고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고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으니 도로 가져가라”라고 말 한 뒤부터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도담삼봉에서 10분쯤 산을 오르면 천국의 문처럼 보이는 석문이 반긴다. 하늘문 사이로 남한강이 흘러간다.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어 내려왔다가 비녀를 잃어버린 마고할미가 비녀를 찾으려고 손으로 흙을 판 것이 무지개 문이 되었다 한다.
 

오지로 가는 길, 산막이옛길

칠성면소재지에서 속리산 자락 속내로 깊숙이 들어가면 세월의 때가 잔뜩 묻어 있는 괴산수력발전소를 만나게 된다. 지금이야 작고 볼품없지만 괴산수력발전소는 1957년 국내 기술진에 의해 완공된 최초의 수력발전소다. 그렇기에 50~60년대만 해도 공무원의 필수 견학코스였다. 

발전소가 들어서고 호수가 조성되는 바람에 마을 안쪽은 섬 아닌 섬으로 바뀌게 되었다. 속리산에서 발원한 물이 청천계곡을 따라 흘러, 괴산호는 욕조처럼 넉넉한 물을 받아들였다. 호수 옆구리 벼랑을 따라가는 길이 산막이 옛길이다. 사은리 사람들이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한 생존의 길이다.

 

 

주차장에서 차를 대고 ‘S’자로 휘어진 길을 걸으며 향기 그윽한 사과밭을 만난다. 좀 더 걸으면 참나무 두 그루가 ‘H’자로 붙어있는 연리지가 나온다. 나무 아래서 기도하면 아들을 낳고, 부부싸움을 하고 나면 화해한다고 한다. 남녀가 뜨거운 사랑을 나누고 있는 정사목도 신비함을 더해준다.

다시 솔향에 취해 걷다 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나무 출렁다리가 나온다. 삼림욕을 즐길 수 있는 명소다. 산막이옛길은 산이 물을 가로막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호수를 감싸고 있는 노적봉, 옥녀봉, 군자산이 아버지의 어깨처럼 든든하다.

호수 아래는 연화구곡이 있었다고 한다. 계곡에 발 담그며 풍류를 즐겼던 옛 선비들을 상상해본다. 우암 송시열은 이곳을 9번이나 찾았지만 훗날 물이 찰 지형이라 여겨 상류인 화양동에 정착했다고 하니 그의 예지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옛길은 느릿느릿 걸어야 제 맛이 난다. 노루가 물을 마셨다는 노루샘이 보이고,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 것 같은 매바위는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산막이 옛길은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위와 나무 등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괴음정은 느티나무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 놓아 동화 속에 나오는 집처럼 보인다. 고공전망대는 바닥을 투명 아크릴판으로 깔아놓아 놓아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 든다. 다래숲 동굴을 지나면 어느덧 숲길이 끝나게 된다. 저 멀리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집들이 아른거린다. 바로 오지마을인 사은리다.

200살은 족히 되었을 느티나무 아래에 선착장이 있으며 그 옆에서는 강태공이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마을 끝자락에 노수신 적거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경치 좋은 곳으로 귀양을 왔다고 하니 안타깝기보다는 솔직히 부럽다는 생각이 더 든다. 옛길로 되돌아가도 좋지만 유람선을 타면 병풍처럼 둘러싼 산세를 감상하며 선상 유람을 즐길 수 있다.

 

 

대전 계족산 황톳길

계족산(420m)은 산줄기가 닭발처럼 뻗어나갔다고 해서 계족산이란 이름을 얻었다. 대전(大田)이 큰 밭이니 계룡산과 계족산 두 마리 닭이 밭을 에워싸고 있는 형국이란다. 대전의 방위 요새지로 삼국시대 산성인 계족산성이 자리잡고 있다.

계족산성에 대전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도 탁월하지만 계족산의 최대 볼거리는 산허리 14.5km를 걷는 황톳길이다. 정동산림욕장 입구-원점삼거리-절고개 삼거리-장동산림욕장까지 걸을 수 있다.

 

 

자연에 몸을 맡기고 맨발로 쉬엄쉬엄 걸으면 4시간이면 충분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좋은 기운의 황토 발마사지만 해도 피로가 저만치 물러간다. 발가락 사이로 오물조물한 황토의 느낌이 그만이다.

충청지역 소주회사 맥기스의 조웅래 회장이 수십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숲길이다. 지인들과 계족산을 찾았다가 하이힐 신고 온 여성에게 자신의 운동화를 빌려주고 맨발로 산길을 거닐었는데 그날 밤 숙면을 취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행복한 체험을 나누고자 전국에서 질 좋은 황토를 가져와 물을 뿌려 대한민국 최고의 황톳길을 조성했다고 한다. 매년 5월에는 계족산 맨발 축제까지 열릴 정도로 인기 있다.  

 

 

4월에서 10월까지 주말(토·일요일 오후 3시) 계족산 숲 속에서 공연하는 뻔뻔음악회는 꼭 감상해야 한다. 묵직한 클래식뿐 아니라 대중가요와 팝송까지 그야말로 신나는 놀이판이 숲 한가운데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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