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아파트(공동주택)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서울시내 총 2,187개 아파트 단지의 경비실(총 8,763개) 냉‧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에 대한 첫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서울시 의무관리대상단지(150세대 이상)와 SH공사 임대주택 단지 등 총 2,187단지를 대상으로 4월3일~22일(20일 간) 이뤄졌으며, 유효 응답률은 80%(1,752단지)다.

작년 여름 사상 최악의 무더위를 겪으면서 폭염을 안전과 생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민 인식이 확산됐고, 특히 폭염에 취약한 고령자 비율이 높은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정확한 실태파악을 통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취지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여름철 기온은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작년 한 해 온열질환자는 총 4,526명이 발생했고 이중 48명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실의 냉‧난방기 설치율은 64%에 그쳤다.(총 8,763실 중 5,569실 설치) 경비실 10곳 중 4곳의 경비원은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냉방기 없이 보낸 셈이다.

전체 단지 중 경비실에 냉‧난방기를 100% 설치한 단지는 78%(1,752단지 중 1,369단지)로, 경비실 냉‧난방기 평균 설치율(64%)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는 단지당 경비실 수가 적은 소규모 단지가 대단지에 비해 냉‧난방기 설치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냉‧난방기 설치 예정인 127개 단지를 포함하면 평균 설치율은 72%(8%p↑)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자치구) 설치율은 70%(2,598실/3,709실),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은 59%(2,971실/5,054실)로 강남지역의 설치율은 강북에 비해 11%p, 전체 평균보다도 5%p 더 낮게 나타났다.

자치구별로 보면 성북·종로·동대문·은평·강동·서대문·강남·중구·성동·마포 10개 자치구가 설치율과 유효응답률 모두에서 평균값 이상을 나타내며 최상위 그룹을 형성했다.

반면 구로·도봉·양천·관악·송파·노원 6개 자치구는 설치율 또는 유효응답률이 50% 이하를 보이며 하위그룹을 형성했다. 유효 응답률이 낮은 일부 자치구의 경우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재조사 또는 재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비실 냉‧난방기 미설치 사유를 묻는 질문에는 “주민 및 동대표 반대”(54%)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컸다. “예산 부족 및 장소 협소”(31%), “에너지 절약, 재건축 준비 중 등 기타”(16%)가 뒤를 이었다.

한편, 경비실과 별도로 휴게실은 총 2,792개소가 설치됐으며 휴게실 1개소당 이용 경비원 수는 평균 6명으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경비원 수(1,920명)는 가장 많았지만 휴게실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159개) 휴게실당 평균 이용 경비원 수(12명)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서울 전역의 아파트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율을 높이기 위한 맞춤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미설치 사유의 절반 이상이 ‘주민 및 동대표의 반대’로 조사된 만큼, 노동인권적 관점에서 주민들의 인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는 목표다.

현재 시가 동대표, 관리소장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아파트관리 주민학교’ 노동인권 교육과정에 5월 중으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추가하고, 교육생 간 자율적 토론으로 공감대 형성을 이끈다.

또, 설치율이 높은 상위 10개 자치구의 공동주택 노동환경 개선 정책 가운데 우수 사례를 발굴해 타 자치구에 전파‧공유해 확산을 유도한다. 하위 6개 자치구에 대해서는 재확인‧재조사를 통해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고,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규칙'과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의 건설기준' 개정안을 입법(행정)예고할 예정으로 이르면 올해 9월부터 공동주택 내 경비원 및 미화원을 위한 휴게실 설치가 의무화된다. 에어컨 실외기 설치를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된다.

또한 서울시(기후환경본부)는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300세대 이하) 경비실을 에너지 취약시설로 분류하고 미니 태양광 발전소 무상 설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세 걱정에 에어컨을 가동하기 어려운 경비실에서 태양광으로 전기를 발전해 냉방 기구를 부담 없이 틀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며, 올해 경비실 1,000곳 그리고 2022년까지 4,500곳에 미니 태양광 시설을 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는 자치구별 “공동주택 관리 지원 조례”에 따라 경비실 에어컨 설치 비용을 지원한 사례도 있다.

류훈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올 여름은 평년보다 더 더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에어컨 없이 좁은 경비실 안에서 근무해야 하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폭염에 무방비 노출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냉방기 설치로 폭염에 취약한 고령 경비노동자들의 근무 피로도가 완화되면 노동의 질이 향상되고 입주민에 대한 서비스 품질 향상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에어컨 설치율을 높일 수 있도록 자치구와 협력해 다양한 대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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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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