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도직입적으로, 저는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상당한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취임하고 불과 나흘 만에 전격 출범인데요. 우리 시의회와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이 됐습니다. 시장 취임식 날, 박 시장과 짧은 만남의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때라도 사전에 설명을 해 주셨으면 오해와 우려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언론지상을 통해 확인한 바로는 부산미래혁신위원회는 무려 35명이나 참여하는 매머드급 위원회고 이를 지원하는 행정조직의 규모도 상당합니다. 벌써 시청사 내에 사무공간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고 당연히 관련 예산과 인력의 지원도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을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와 협의 없이 추진했습니다. 상당히 아쉬움이 큽니다.

두 번째는 조직의 위상과 성격에 대해 우려가 있습니다. 박 시장은 보궐선거로 당선돼 인수위원회를 꾸릴 수가 없습니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것이지요. 박 시장 입장에서 상당히 아쉬움이 클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시의회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직자들과 함께 산적한 시정 현안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것이 정도(正道)일 것입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사실상 인수위 성격인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이 조직이 마치 최고의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콘트롤타워인냥 인식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옥상옥의 상황이 연출되면서, 얼마되지 않는 박 시장 임기동안 공직사회가 주도성을 잃고 위축될 가능성이 큽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세 번째로, 우리 부산시민들은 박형준 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시정 불안을 빠르게 정리하고 코로나19 극복과 그동안 미뤄져 왔던 현안사업에 총력을 다해 주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박 시장은 주어진 임기 1년 3개월 동안 전력질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 이후, 집권연장을 위해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계속 씽크탱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당히 걱정이 됩니다.

끝으로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에 대해서도 걱정이 있습니다. 국민의 힘 관계자들과 박 시장 선거캠프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박 시장이 이야기했던 ‘협치’와 거리가 멀고 부산미래혁신위원회라는 이름에도 걸맞지 않습니다. 진정 그 이름에 걸맞게 부산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조직이 되려면 전체 시민을 대표할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형준 시장도 밝혔고, 저 또한 말씀드렸듯이 야당 시장, 여당 의회라는 초유의 상황이지만 ‘초당적 협치’를 통해, 부산발전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런데 박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부산미래혁신위원회가 ‘협치’에 균열을 낼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큽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우리 시의회가 박형준 시장을 발목 잡으려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코로나19 방역·민생 회복과 같은 시민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함께 손을 잡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 부산미래혁신위원회와 같은 일이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미래혁신위원회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박형준 시장이 보다 솔직하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당적 협치’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위해서는 건강한 긴장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우리 시의회 언제든지, 시정에 잘못이 있으면 할 말은 하겠습니다. 계속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1. 4. 13

부산광역시의회 신상해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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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태(오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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