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의약품은 나노 크기의 소재를 활용해 질병을 진단·치료하는 의약품이다. 나노 소재는 물질 고유의 성질을 변화시켜 체내 특정 부위에 약물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어, 종양의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투여된 나노물질의 상당량이 인체의 면역작용으로 간에 축적되어 종양에 온전히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박원석) 첨단방사선연구소(소장 이남호)는 사이클로트론을 활용해 간에 축적되지 않고 종양에 도달하는 의료용 철 나노입자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이뤄졌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지르코늄-89 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 지르코늄-89(Zr-89): 영상진단에 사용하는 동위원소로,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기존 동위원소들보다 반감기가 길다. 이 때문에 Zr-89와 결합한 물질의 체내 움직임을 장시간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수입에 의존했던 Zr-89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생산하기 시작해 정기적으로 국내 연구기관 및 대학병원에 공급하고 있다.

(왼쪽부터) 양승대 책임연구원, 최평석 박사후연구원, 이준영 선임연구원, 박정훈 실장

 

가속기동위원소연구실 박정훈 박사 연구팀은 100~200 nm(나노미터) 크기로 조절한 철 나노입자 내부에 진단용 동위원소 지르코늄-89(Zr-89)를 안정하게 결합하고, 고분자로 코팅해 표면 전하를 중성으로 만들었다. 연구진은 나노물질이 간에 오래 머물지 않고 통과해 종양에 도달하는 결과를 영상으로 직접 확인했다.

음전하 혹은 양전하를 띠는 기존의 지르코늄-89 표지 나노입자는 혈청 단백질과 엉겨 뭉치는 특징이 있다. 이렇게 뭉쳐 크기가 증가한 입자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에 잡혀 간에 쌓인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나노입자는 고분자를 코팅하는 표면개질※ 과정을 거쳐 중성에 가깝게 바꿨기 때문에 혈청 단백질과의 결합이 줄고, 입자끼리 뭉치지 않게 돼 무사히 종양까지 도달할 수 있다.

※ 표면개질: 물질 표면에 원래 물질에 없던 물리, 화학, 생물적 특성을 부여하는 일

지르코늄-89 철나노입자가 종양에 도달하는 모습을 설명하는 이미지

 

특히, 연구진은 나노입자를 철과 천연물인 글루탐산을 조합해 럭비공과 같은 타원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종양에 잘 안착하지 못하는 기존의 원형 입자와, 이동성이 떨어지는 막대형 입자의 단점을 극복했다. 나노입자에 결합시키는 동위원소에 따라, 진단용뿐 아니라 치료용 나노의약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지 영국왕립화학지로부터 우수성을 인정받아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B'의 표지논문으로 선정되었으며, 이달 초 온라인으로 우선 게재되었다.

음전하 나노입자(a), 양전하 나노입자(b), 중성 나노입자(c)

 

서울대 방사선의학연구소 강건욱 소장은 “나노물질은 백신, 항암제 등의 전달체로도 활용할 수 있다.”라며, “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지르코늄 나노물질은 간에 축적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어 의료용 소재로서 발전 가능성이 매우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이남호 소장은 “연구원 사이클로트론 종합연구동에는 사이클로트론 기반 지르코늄-89 생산 및 바이오 소재 평가시설이 잘 구축되어 있어, 관련 연구분야의 확대와 산․학․연의 이용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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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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