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대전시 유성구평생학습원 대강당에서 열리는 한국상생협동조합 워크샵에 참석하였다.

대전의 지리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가졌지만 이날 만큼은 길치가 되었다. 네비게이션의 힘을 빌리려 해도 이곳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서너번 물어 물어 찾아간 곳은 노은도서관에 있는 평생학습원이었다.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말처럼 알 듯 하면서도 모르는 그 길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을 낭비했다. 하지만 이제 다시 노은도서관을 찾으라 하면 눈을 감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협동조합이 대세를 이루다보니 나름대로 협동조합에 대하여 잘 아는 것으로 생각했다. 마치 대전의 지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한국상생협동조합의 워크샵에 와서 보니 협동조합은 노은도서관을 찾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경배 회장의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의 강연을 듣고 어렴풋이 소상공인에 대하여 알게 되었고, 김진호 이사장의 ‘한국상생협동조합의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인사말을 들다보니 소상공인의 협동과 협동조합의 정신이 어떤 것이구나 싶었다. 또한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와 한국상생협동조합, 그리고 부패방지뉴스 등이 어떠한 위상과 어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지를 알게 되었다.

 “1996년 유통시장 개방이 아무런 준비와 대책 없이 추진되면서 소상공인들이 몰락하고 그로 인해 중산층의 상당부분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입니까.”

 단호하고 신념에 차 있는 김경배 회장의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아니 믿음이 갔고 듬직하였다. 내가 김경배 회장에 대하여 조금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날만큼 확실하게 뇌리에 각인 시킨 것은 처음이다. 그는 특강의 강사였지만 우리 소상공인들에게 그 이상의 심금을 울려주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가 골목상권까지 파고 들어오고, 거대자본이 유통시장을 독과점하리라 예측하였습니다. 이는 중소상인의 몰락과 골목상권의 붕괴로 인한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게 될게 뻔했습니다.”

 김회장은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 몸을 받쳐왔다. 그는 처음부터 이 분야의 전문가 였던 것도 아니고 이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다.  비전문가로서 그가 할수 있었던 것은 야전에서 부딛히고 투쟁하는 것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 운동을 시작할 때 외롭게 싸웠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 아니 나 자신은 미안하기까지 하였다. 국회 앞에서 수 많은 날을 데모하고 농성하면서 얻어낸 여러 가지 법률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다음부터 내가 무임승차하는 것은 아닌지...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제정 등 소상공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온몸으로 항거한 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 제10조에 보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헌법에서 보장한 이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행동에 나섰습니다. 헌법 제119조와 제123조의 정신은 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화와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119조 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3조 3항에서는 ‘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123조 5항에서는 ‘국가는 농·어민과 중소기업의 자조조직을 육성하여야 하며, 그 자율적 활동과 발전을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회장이 헌법을 논하며 일갈할 때 내가 대학에서 근무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헌법을 가르치던 모교수가 생각이 났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모교수와 순간적으로 비교가 되었다. 모교수는 헌법학자이기 때문에 먹고 살려고 헌법을 몇 구절 외었고, 김회장은 국회의원을 설득하고 정부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몇구절을 외웠다.

이 두 사람은 법률에 매우 밝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 구절을 외운 것이나 동기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둘은 분명 차별되고 각각의 의미가 다르다. 모교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그 구절을 위웠을 것이고, 김회장은 처절한 심정으로 외웠을 것이다. 외우는 절차가 방법에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김회장은 전국소상공인연합회가 법정단체가 되면 ‘소상공인 연구소’를 만들어 소상공인들을 위해 더 심도 있는 연구를 하겠다고 하였다. 일방적이거나 수혜적인 지원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기본 여건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소상공인을 하나의 경제주체로서 성장시켜 국가발전에 이바지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법정단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당당한 경제주체로서 인정을 받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은 화합과 단결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

김회장의 감동적인 특강이 지금도 눈에 선하고 귀전에 맴돈다. 전국 17개시도, 257개 시군에 소상공인협회가 조속히 만들어져 힘을 모아야 한다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분은 소상공인이란 단어가 들어간 단체가 많은데 어떤 단체에 가입해야 하느냐, 아니면 이 단체와 어떤 역학관계가 있느냐 질문을 하기도 하였지만 우리가 소속한 것은 중소기업청에서 승인하는 각지역의 독립된 소상공인단체를 말하는 것이다.

또 한 사람의 명사 김진호 이사장의 인사말을 더듬어 보면 앞으로 한국상생협동조합이 얼마나 위대한 사역을 하게 될지 가늠되었다.

김진호 한국상생협동조합 중앙회 이사장은 ‘국내 유일무이한 이종(異種) 업종 간 협동조합으로서 조합원이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그래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유통산업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 서두를 열었다. 그는 생산자와 소비자, 그리고 회원들이 상생하는 협동조합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도 ‘상생’이라 붙인 것 같다.


“우리는 폐쇄몰을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물가를 대폭 낮추고 공동브랜드화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수출 도우미 역할을 해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의 포부는 우리의 비전을 말하고 있었다. 이것이 맞아 떨어져 지금 전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성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날 워크샵에 참석한 각 지역의 면면을 보면 과히 전국조직으로 손색이 없었다. 17개 시도에서 전부 모였음은 물론, 가장 먼 곳인 제주도에서까지 참석한 것을 보면 얼마나 이 조합에 대한 관심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조직을 지인끼리 만들거나 친분으로 만들면 사당화 되거나 정실처리하기 십상이지만 처음부터 전국적인 조직을 갖추고 나가는 것이 특색 있게 보였다. 여기에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각급 직능단체의 회원과 임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음은 실로 탄탄대로로 나가는 신호 같았다.

 “우리 한국상생협동조합은 종업원 300인 이하의 중소기업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게 되며, 올해 출자 조합원 1000명, 기업 조합원 1만개, 일반 조합원 1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김이사장의 포부는 대단하였다. 김경배 회장과 김이사장의 담대한 비전이 서로 비슷하게 보였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까지 단 한명도 이석자가 없을 정도로 진지하였다. 무엇인가 내면적으로 하나로 이어지고, 하나로 뭉치려는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회원들끼리 많은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무언의 메신저가 있어 보였다.

또 이들의 뇌리 속에 일자리창출, 돈벌이, 노후생활의 보장, 국민과의 소통, 조직의 창립, 회원 확보, 단결 등 수많은 생각들이 서로 동일한 가치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마치 며칠 동안 훈련을 받은 사람들처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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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방지뉴스 이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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