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대화록의 발췌본 공개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과 입장 차이로 여야의 정치 공방은 평행선을 달리는 듯 했다. 그런데 이미 지난 대선 전 새누리당이 해당 대화록 내용을 입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현 정부의 정당성까지 위협할 수 있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 전에도 ‘NLL 포기 발언’을 문제 삼은 바 있으나, 대화록 공개가 불가능한 탓에 입증하기 어려워 결국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 했다. 그런데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며 녹취파일 하나를 공개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음성은 권영세 주중대사(전 새누리당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의 것. 파일 속 권 대사는 “NLL 관련 얘기를 해야 하는데 대화록 자료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역풍 가능성 있다. 그건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비상계획)이다. '도 아니면 모'일 때 아니면 못 간다",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이니까 대화록 작성한 데서 들여다볼 수 있으니 우리가 집권하면 까고…" 등의 말을 했다.

박 의원은 "이 자리에서 권 대사는 원세훈 전 원장이 임명 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대화록을 보고했다고 얘기했다“면서 ”또 지인들에게 3개 문단 정도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얘기를 하는데, 이는 이번에 공개된 전문과 거의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같은 날 비공개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무성 의원(당시 대선캠프 총괄본부장)은 "지난 대선 때 이미 대화록을 다 입수해서 읽어봤다"면서 “원세훈에게 대화록을 공개하라고 했는데 협조를 안 해줘서 결국 공개를 못한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참석자들의 전언을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사전 유출' 맞다면 '정치 세력'이 아닌 '부당 선거개입 공범' 입장

지금까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은 민주당 표현대로라면 국정 문란 사건이며, 이를 ‘물타기’하기 위해 나온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의혹이다. 반면, 새누리당 입장에선 실질적 영해 경계선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에 대한 이념이 의심되는 집단의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

그러나 만약 이와 같은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사건을 놓고 야권과 공방을 펼칠 수 있는 세력이 아닌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대선에 부당한 방법으로 개입하려한 공범의 입장이 된다. 또한 국정원과 국가기록원에 각 1부씩 보관돼 있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불법적으로 유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27일 오전 민주당은 브리핑을 통해 "김무성의 고백, 권영세의 녹취파일, 국정원의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추모 비난 정치공작은 국정권 정치개입의 규모와 심각성을 짐작하게 해주는 의혹 세 꼭지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본질이 절차문제로 왜곡돼선 안 된다”면서 “당시 회담에서 NLL을 포기하는 발언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또 지나치게 저자세적인 언행, 부적절한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심하게 훼손시켰다는 것이 본질”이라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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