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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 벼랑 끝 내몰리는 중소언론기자변방 언론노동자 열악한 직업환경 신음/ 언론노조 기자협회 가입은 '꿈'/ 일방적 직장 폐쇄 불구, 임금 체불 불구 하소연 할 수 없어
[부패방지뉴스 편집부]  |  webmaster@bbnnews.co.kr
승인 2013.07.17  17:35:40

“사주는 열정만 강조합니다. 월급 얘기는 꺼내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정론직필을 요구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로지 더 빨리, 더 많이 남의 기사를 복사해서 베껴 쓰는 것. 그것만 중요합니다. 이젠 그런 생활, 신물납니다.” 서울 소재 모 잡지사를 관두고, 현재는 과외를 하며 구직중인 김모 기자의 말이다.


거리로 내몰리는 언론 노동자가 늘고 있다. 경기 불황은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신문 및 잡지 등 비주류 매체는 최저 임금에도 못미치는 급여,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고 있다.

야근수당이나 통신비등의 지원은 먼 나라 얘기다. 신입기자는 적게는 3개월에서 최대 6개월간 수습기자란 이름을 달고 최저임금과 기사 베껴 쓰기를 요구받는다. 임금 삭감 및 체불과 관련,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금기다. 열악한 환경과 자금난으로 한국기자협회나 언론노조의 가입은 커녕, 도움도 사실상 불가능 하다.

수습기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문제제기나 법적 조치가 향후 불이익을 미칠까 쉬쉬하는 탓에 악순환은 계속된다. 저널리즘은 멀리 있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펜을 꺽는 기자들이 늘어난다. 본지는 거리로 내몰리는 언론노동자의 실태에 대해 집중 파헤쳐봤다.

지난 5월말, 서울 강서 소재 모신문사. 신문사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실은 건물 입구에 달려있는 작은 간판이 전부다. 신문 제작환경은 열악했다. 먼지가 쌓인 채 방치된 컴퓨터는 한참이 걸려서야 부팅이 됐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은 아래층에 있는 PC방과 공용으로 사용했다. 발행인이 내민 명함에는 본인 소유의 쇼핑몰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발행인은 20여 년간 홀로 신문을 만들어 왔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재구성한 보도자료와 몇몇 사람들이 보내온 행사 소식들로 채워져 있었다. 바이라인이 없거나, 오탈자, 하단 기사 일부는 잘려 있기도 했다. 지역 지사장들이 보내온 기사가 지면을 채웠다. 발행인은 신문을 발전시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G사 J회장이 신문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과 인건비등을 댈 것이고, 기자들은 신문만 잘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신문사 사무실도 이전한다고 했다. 월급은 편집국장 250만원, 기자들은 220만원, 2백만 원으로 책정됐다.

경기도 분당 소재 J회장의 사무실로 옮겨간 것은 6월 1일. 사무실엔 열댓명 정도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J회장은 G사가 T그룹 휘하의 골프 및 게임관련 회사라고 설명했다. 사무실 한편에 편집국이 마련됐다. 발행인, 편집국장, 편집기자, 취재기자 두 명으로 이뤄진 조촐한 편집국이었다.

강서 사무실로부터 컴퓨터 등이 옮겨졌다. 기자들은 짐을 날랐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되는 컴퓨터는 전무했다. 카메라도 없었다. J회장은 자신 소유의 카메라 두 개를 건넸고, 자신의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를 떼어다 기자들에게 지급 했다. J회장은 자신이 강원도 소재 일간지 사장이었다고 말했다. 개인소유 골프장도 갖고 있다고 했다. J회장은 여덟 대의 자동차를 소유, 지금은 전부 처분했다며 “불필요한 지출은 말라”고 했다. J회장이 준 카메라는 작동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본인 소유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J회장은 발행인 및 편집국 인원들을 모아놓고, “이 신문으로 수익을 낼 수 있겠냐”며 화를 냈다. 또 “(자신이)돈만 허비할 일 있나”고 말했다. 신문이 발행 전이었다. 기자들은 “기자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 달라”며 저항했다. 편집국내에서는 신문사의 존립을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간 J회장은 발행인을 제외, 자체 신문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온 터였다. 그날 이후 J회장은 “기자들은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6월 중순, 신문이 발행됐다. J회장이 제공한 편집용 중고컴퓨터는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편집시간은 배로 소요됐다. 기존보다 신문보다 기사의 질과 편집은 현저히 나아졌다. 1면 톱기사는 방한한 ‘마크 라이너스’의 GMO표시제 논란을 다뤘다. 신문이 배달된 다음날, G사의 직원들은 모여앉아 오탈자를 찾고 있었다.

발행인과 J회장은 이견을 보였다. J회장은 격주로 발행되던 신문을 주간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발행인은 신문의 인지도를 고려, 지면광고 수주의 고충을 토로했다. J회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7월부터 주간 신문 발행이 결정됐다.

6월 말이 다되도록, J회장은 월급에 대해 함구했다. 통신사의 뉴스콘텐츠 비용을 지불할 날짜가 되자, J회장은 돌연 “돈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발행인은 통신사측에 공문을 보내 콘텐츠 사용은 중지시켰다.

월급일은 6월 30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6월 28일, J회장은 “월급을 7월 5일 전에 지급하겠다”며 한차례 월급일을 미뤘다. 돈이 없다는 이유였다. 발행인은 6월 28일, 편집국을 폐쇄했다. 기자들이 짐을 싸는 동안, J회장은 사무실 직원들을 동원, 책상을 다시 배치하고 있었다. 밤새 만든 신문이 배달되기도 전에 기자들은 사무실에서 쫓겨나왔다.

7월 5일, 취재기자들은 사무실을 다시 찾았다. J회장은 발행인이 올 때까지 기자들을 기다리게 했다. 발행인이 도착하자, J회장은 7월 5일로 약속된 급여일과 관련, 말을 바꿨다. J회장은 “여전히 돈이 없다”고 했다. 정확히 언제 줄 거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J회장은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이번 달(7월)중에 입금 안 되면, 고소해서 받아가라”고 말했다. 또 J회장은 “일 잘하고 있는 (G사)직원들을 동요시키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G사는 기자 이력서 등의 신상정보를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벼랑에 선 언론노동자

한국언론재단이 2009년에 발간한 ‘언론인의 직업 환경과 역할정체성’에 따르면, 2008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2년간, 이직 및 전직 언론인은 4339명에 달한다. 각 언론사의 전체 총원 10% 이상의 언론 노동자가 이 기간 동안 퇴직한 것이다. 특히 지방언론사 기자들의 이직 및 전직 비율은 31.4%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이다.

언론 노동자들의 잦은 이직 및 전직은 언론인의 열악한 직업 환경에 기인한다. 직업 환경 악화는 직업만족도를 저하시키고, 결과적으로 타직업으로의 이탈을 야기한다. 황치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책을 통해 “현재의 직업 환경이 계속되는 한 수준 높은 저널리즘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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